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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새

|  사계절 우리 곁에 함께하는 새들이 들려주는 자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2018.12.03 13:47

직박구리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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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의 가을

 

직박구리하면 새보다는 폴더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직박구리 폴더는 비밀스런 파일들을 모아 놓는 폴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직박구리 폴더가 아닌 진짜 직박구리 이야기입니다.
직박구리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임에도 정작 이 새의 이름을 알고 계신 분은 드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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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cm 정도의 몸길이를 가진 직박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로 전체적으로 갸름한 형태를 지녔습니다.
뺨에 갈색 반점이 뚜렷하고 몸 전체는 회색과 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머리털이 부스스하게 일어선 도가머리가 독특한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머리가 차분할때도 있습니다.
암수의 구분은 힘듭니다.

 

bird_137_1.jpg

 

갈수록 개체수가 늘어 지금은 참새보다도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새가 되었습니다.
시골은 물론 산이나 들, 도시, 공원, 정원, 학교, 심지어 도로의 가로수 주변에서 조차도 직박구리를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그다지 크지 않아 비교적 가까이에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마당에 나가 있어도 횃대에도 잘 내려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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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계절 가을에는 온 산천이 열매로 가득합니다.
꽃보다도 열매가 더 아름다운 피라칸타나무에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bird_137_3.jpg

 

'피라칸사스'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조경용이나 울타리용으로 많이 심는데 유월에는 흰색의 꽃이 아름답고, 꽃이 지고 난 후 가을에
익기 시작하는 열매는 붉은빛으로 마치 보석을 알알이 꿰어 놓은 것처럼 탐스럽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는 이 붉은 열매는 직박구리는 물론 홍여새, 동박새 등도 좋아하는데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새들에게
중요한 식량자원이 됩니다.

 

bird_137_4.jpg

 

새는 우리가 보는 것처럼 색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개는 사물이 흑백에 가깝게 보이고, 뱀은 우리가 적외선 탐지기를 통해 본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새는 먹이를 잘 구분하기 위해 눈이 잘 발달되어 있고, 하늘을 날며 세상을 둘러보기 때문에 사람보다 색채가 풍부하고, 넓고 또렷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새 중에서도 육식조류가 가장 좋은 시력을 갖고 있는데 공중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을 사냥하려면 날카로운 시력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시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매는 사람보다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는군요.

 

 새들은 왜 붉은색 열매를 좋아할까?

 

색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새는 왜 유독 붉은색의 열매를 좋아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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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익는 열매 중에 붉게 익는 열매들을 살펴보면 주목, 낙상홍, 피라칸타, 남천, 가막살나무, 산수유, 구기자 등이 있습니다.
이 열매들은 새의 눈에 잘 띄고 열매 크기는 1cm 정도로 새가 먹기에 알맞은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의 눈에 잘 띄는 붉은색 열매는 필요한 양분을 공급해 주며, 특히 겨울철 새에게 부족한 먹이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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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의 열매는 새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새는 붉은색 열매를 먹고 멀리 날아간 후 배설하므로 붉은색의 열매와 새는
서로 도움을 줍니다. 새에게 먹힌 붉은색 열매는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육이 제거되고 씨앗 껍질의 두께가 얇아져 훨씬 쉽게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열매도 새를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대에 걸쳐 진화하는 과정에서 새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색으로 진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열매가 모두 붉은 것도 아니고 새들이 모두 붉은색 열매만 먹는 것도 아닙니다.
텃밭의 아로니아가 검게 익어가는 가을에 생으로 먹으면 상당히 떫기 때문에 수확하지 않고 놓아두었더니 온 동네 직박구리들이
다 몰려들더군요. 아로니아는 물론 불루베리 복분자나 뽕처럼 검은색 열매도 잘 먹는데 다만 붉은색 열매를 더 선호할뿐입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직박구리

 

bird_137_7.jpg

 

늦가을 달달한 홍시는 많은 새들이 좋아합니다.
직박구리는 물론, 청딱따구리, 곤줄박이, 박새, 까치, 찌르레기, 흰배지빠귀, 개똥지빠귀 등 종일 감나무에는 쉴새 없이 새들이 날아듭니다.
예로부터 '까치밥'이라고 해서 한겨울 날짐승들을 위해 감을 모두 수확하지 않고 남겨두었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속 깊은 정서와
배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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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먹잇대 위에 과일을 올려 놓으면 제일 먼저 날아오는 것은 직박구리입니다.
감은 물론, 사과, 배, 토마토, 귤 등 달달한 맛이 나는 과일은 무엇이든 다 잘 먹습니다.
직박구리도 서열이 있어 여러마리가 한꺼번에 먹이를 먹는 일은 드물고 여러마리가 날아올 경우 서열이 높은 직박구리 부터 먹고 나면
그 다음 서열의 새가 먹습니다.
드물게 두마리가 한꺼번에 사이좋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그들은 부모와 자식 관계인 것 같습니다. 
맛난 홍시는 올해도 역시 직박구리 차지가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흔한 텃새 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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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야생의 새는 참새도 까치도 아닌 직박구리입니다.
직박구리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한 새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급격히 개체수를 늘리며 가장 흔한 텃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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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먹이의 다양성 때문입니다.
직박구리를 가까이에서 여러해 동안 관찰해 본 결과, 먹이를 거의 가리지 않습니다.
봄에는 꽃잎이나 꽃의 꿀을 먹고, 여름에는 곤충이나 거미류 등을 잡아 먹고, 가을에는 과수원의 귤이나 사과, 배를 쪼아 먹고,
벌레들이 자취를 감추는 겨울이 오면 열매를 먹습니다.
요즘은 이팝나무로 도시의 가로수를 많이 조성하는데 벚나무, 이팝나무 등 유실수의 열매는 직박구리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또 아파트에서도 피라칸타, 산수유, 애기사과 등을 조경수로 많이 심어 직박구리의 먹이가 되고, 도시에서는 직박구리와 먹이 경쟁을
할 만한 종도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직박구리는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 도시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해 전에 남편이 호두과자를 사온 적이 있습니다. 먹고 남은 호두과자를 마당에 던져 놓았더니 온 동네 직박구리들이 다 몰려 들더군요.
직박구리가 호두과자를 그렇게 잘 먹는지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처럼 무엇이든 잘 먹는 왕성한 식성으로 생존과 번식력을 높히며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잘 적응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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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물을 참 좋아합니다. 마시기도 하고 목욕을 즐기기도 하죠.
직박구리도 물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물만 있으면 거의 종일 물가에 몰려들 정도입니다.
우리집에는 12~3년 전에 내가 직접 심은 호두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성장이 그리 빠른지 모르고 텃밭 가장자리에 심었다가 지금은 너무 커버려서 텃밭에 아주 많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잎이 넓어 새들이 많이 날아듭니다.
성장은 빠른데 병충해가 심한 편이지만 아직 한번도 약을 치지 않아서인지 나무에 비해 열리는 호두는 몇개 되지 않습니다.
가을이 되면 호두나무는 넓은 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는데 겨울이 되면 온 동네 직박구리가 그 호두나무로 날아듭니다.
이유는 바로 호두나무에서 나오는 수액 때문입니다.
한겨울 다른 나무에서는 볼 수 없는 물방울이 호두나무에만 맺혀 있습니다.
마치 비가 내려 물방울이 흐르는 것처럼 나무는 끊임없이 물방울을 만들어 냅니다.
이 물을 먹으러 동네 직박구리들이 다 몰려들어 재잘대는 바람에 종일 귀가 따까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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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방금 목욕하고 나와서도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군요. 시원했나 봅니다.
'직박구리'라는 이름은 시끄럽게 우는 새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옛날 시골에서는 시끄럽게 떠든다고 '떠들이 새'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직박구리는 정말 시끄럽습니다.
겨울에는 주로 무리지어 행동하는데 몇마리만 모여도 어찌나 소리를 내는지 귀가 따가울 정도입니다.
새들이 소리를 내는 것은 짝을 찾을 때나 위험이 닥칠 때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직박구리가 종일 쉴새없이 소리를 내는 것은 마치 우리가 여럿이 모여 서로 대화하는 것처럼 직박구리도 그들 나름대로 소통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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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직박구리는 열심히 날아다니고, 열심히 수다를 떱니다.
가끔은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새소리가 귀한 겨울에도 열심히 울어대는 직박구리 소리는 가끔은 생활의 활력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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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귀할 때 피어난 탐스러운 동백꽃에 직박구리가 꿀 먹으러 왔다가 날아갈때면 동백꽃은 속절없이 땅에 뚝
떨어져버립니다. 그럴때면 꽃과 함께 내 마음도 뚝 떨어집니다.
봄에는 잘 익은 딸기만 골라 먹고, 뽕이 익고 복분자가 익으면 온 밭을 날아다닙니다.
겨울에는 종일 앞마당에 떼로 날아와 시끄럽게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가끔은 직박구리가 얄미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새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모습, 한겨울 내가 놓아둔 먹이를 편안하게 먹는 모습,
그리고 물 먹으러 날아오는 직박구리의 초롱초롱한 눈과 마주치면 그런 내 마음은 이내 사라져버립니다.
색도 모습도 특별하지 않지만 그들도 분명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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