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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  번식과 월동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와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새의 이야기 입니다.

겨울철새
2018.11.05 13:21

단풍나무의 콩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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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의 콩새

 

10월 중순, 가을 볕이 유난히 좋던 날 뒷마당 텃밭에 심어 놓은 무우 보러 나갔더니 어딘가에서 딱딱딱! 하는 소리가 자꾸 들려옵니다.
작은 가지를 부러뜨리는 소리 같기도 해서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소리는 계속해서 들립니다.

 

bird_136.jpg

 

소리가 나는 곳을 열심히 찾던 중, 단풍나무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었어요.
소리가 나는 곳은 분명 단풍나무인데 무수히 많은 잎에 가려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동안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드디어 소리의 근원을 찾았습니다.
바로 콩새군요. 처음에는 밀화부리인줄 알았어요.
얼핏보면 두 새의 모습이 비슷하고 밀화부리는 가을이면 가끔 단풍나무 씨앗을 먹기 위해 날아오거든요.

 

bird_136_1.jpg

 

10월 중순이고 날도 포근했는데 겨울철새인 콩새가 벌써 날아왔군요.
그동안 한겨울이나 이른 봄 즈음에 한 두마리 정도가 앞마당에서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가을에 우리집으로 날아온 건 처음입니다.
딱딱딱! 소리를 낸 것은 콩새가 단풍나무 씨앗을 먹는 소리였어요.

 

bird_136_2.jpg

 

콩새의 크기는 15~16cm 정도로 참새보다는 조금 더 큽니다.
몸색은 갈색이 주를 이루고 암수는 육안으로 쉽게 구분하기 힘들지만 유심히 관찰해보면 머리의 색이 수컷은 진한 갈색이지만
암컷은 잿빛이 도는 갈색, 혹은 엷은 갈색입니다. 또 눈 앞의 색깔도 수컷은 검은색이지만 암컷은 흑갈색입니다.
하지만 직접 콩새를 만나도 암수 구분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인기척이 느껴지면 금새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남긴 후 천천히 한참동안 비교하며 관찰한 후에야 암수인지 알수 있습니다.
그럼 위 사진 속 콩새는 암컷일까요? 수컷일까요?
눈앞의 색이 흑갈색이고 머리색도 회색이 약간 섞인 갈색처럼 보이니 암컷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수컷은 배 부위의 색도 연한 살구색으로 암컷에 비해 더 붉습니다.

 

bird_136_3.jpg

 

단풍나무 씨앗을 열심히 먹고 있군요.
유난히 두툼한 부리를 가진 콩새는 곡식이나 열매를 주로 먹습니다.
딱딱한 곡식이나 열매 껍질을 까기 좋게 부리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콩새는 단풍나무 씨를 비롯한 각종 낙엽활엽수의 씨앗을 좋아합니다.

 

bird_136_4.jpg

 

도시 공원이나 농경지 주변의 야산에서 나무 위나 땅 위의 씨앗을 주로 먹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겨울철새입니다.
꼬리는 짧은 편으로 전체적으로 땅달막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 콩새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인기척이 느껴지면 금새 날아가버립니다.
그래서 콩새를 가까이에서 만나기는 무척 힘듭니다.
아주 간혹 먹이 활동에 정신이 팔려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것을 모르면 모를까 대부분은 거리를 주지 않습니다.

 

bird_136_5.jpg

 

이동 시기에는 10마리 안팎의 작은 무리를 짓고 겨울철에는 소규모 무리나 단독으로 생활하는데 이날 내가 본 콩새는 10~13마리 정도로
소규모 무리를 이루며 행동하고 있었어요. 아마도 그때 당시 마악 먼 길을 날아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bird_136_6.jpg

 

내가 콩새를 보기 위해 마당에 나가면 단풍나무 옆의 측백나무로 날아가버리고, 내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인기척이 없으면 다시
단풍나무로 날아들기를 몇차례 하더니 영영 가버렸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왜그리 경계심이 강한지, 키 큰 단풍나무라 나는 올라갈 수도 없고 그저 나무 아래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콩새가 야속합니다.
이제 다시는 오지않나 생각했는데 다음날 다시 단풍나무를 찾아왔어요.
그렇게 사흘동안 우리집 단풍나무에서 씨앗을 맛있게 먹더니 멀리 가버렸습니다.

 

bird_136_6_1.jpg


콩새가 어찌나 단풍나무 씨앗을 맛있게 먹던지 당시 단풍나무를 사진으로 남겨 두었는데 사진에서 붉게 보이는 부분이 바로 씨앗입니다.
단풍나무는 씨앗을 멀리 퍼트리기 위해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두개의 날개에는 분기점을 중심으로 한개, 혹은 두개의 씨앗이 들어 있는데 날개로 인해 돌면서 떨어져 더 멀리 날아갑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씨앗이 돌면서 떨어지는 원리를 보고 만든 것입니다.
인간이 개발한 것은 대부분 자연에서 온 것이 많습니다.
콩새가 단풍나무 씨앗을 먹을때 소리가 나는 것은 부리로 이 날개 부분을 씨앗과 분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bird_136_7.jpg

 

갈색 머리에 눈앞이 검은색을 띠는 걸로 보아 요녀석은 수컷 같습니다.
부리에는 맛난 단풍나무 씨앗이 물려 있군요.

 

bird_136_8.jpg

 

나무에 씨앗이 달려 있을 때는 나무 위에서 먹이 활동을 하지만 잎도 열매도 다 떨어진 겨울에는 땅 위로 내려와 떨어진 씨앗을 먹습니다.
겨울이라 기온이 많이 떨어져 체온 유지를 위해 한겨울에 만난 콩새는 몸을 부풀려 더 통통해 보입니다.

 

bird_136_9.jpg

 

콩새는 10월 중순부터 도래해 이듬해 4월 초순까지 머무르는데 앞마당에 벚꽃이 눈처럼 날리던 4월 초순에 콩새 한마리가
날아왔습니다. 그 전해 10월 중순에 보고 다음해 4월 초순에 또 만났으니 콩새의 이동시기의 처음과 끝을 본 셈입니다.
10월에 만났던 콩새의 부리는 연한 살구색이었는데 4월에 만난 콩새 부리는 청회색입니다.
가을과 겨울에는 부리색이 엷은 살구색을 띠고, 봄과 여름에는 부리가 청회색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리가 정말 두툼하지요? 씨앗은 물론 내가 보기에는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ird_136_10.jpg

 

이날은 가까이서 콩새를 만날 수 있었는데 경계심이 유독 강한 콩새가 나를 보지 못해 비교적 가까이 온 경우였어요.
내가 창문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체 유유히 마당을 거닐며 떨어진 단풍나무 씨앗을 찾아서 먹는 것 같습니다.
단풍나무는 싹도 잘 틔우는데 봄이면 단풍나무 아래는 물론 온 마당이 마악 올라온 단풍 새싹으로 가득합니다.

 

bird_136_11.jpg

▲ 밀화부리 암컷

 

해마다 며칠씩 차이는 있지만 우리집 단풍은 11월 중순이면 불타기 시작합니다.
오래된 고목인데 키도 크고 잎도 무성해 늦가을이면 눈앞이 아찔할 정도로 황홀한 자태를 뽐냅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에 앉아 있는 새는 언뜻 보기에는 콩새 같아 보이지만 밀화부리 암컷입니다.
생김이 콩새와 많이 닮았지요? 나도 때때로 착각 할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리의 색으로 확연히 구분이 됩니다. 밀화부리는 부리 색이 노랗습니다.

 

bird_136_12.jpg

▲ 밀화부리 수컷


수컷은 머리 부분이 검기 때문에 쉽게 구분이 됩니다.
밀화부리는 요즘은 단풍나무로 잘 날아오지 않고 두충나무에만 날아듭니다. 단풍나무보다 두충나무 씨앗이 더 맛있나 봅니다.
밀화부리는 번식이 끝난 가을과 겨울에는 단독으로 생활하지 않고 항상 소규모 무리를 이루어 함께 행동합니다.

 

bird_136_13.jpg

 

 

10월 중순에는 소규모 무리를 지어 다니던 콩새가 겨울에는 대부분 단독으로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단풍이 물들던 11월에 다시 만난 콩새는 홀로였습니다.

 

단풍나무 한 그루가 많은 새들에게 먹이가 되고, 쉼터가 되고, 내게는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합니다.
볼수록 참 고마운 나무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집 단풍나무는 불타오르듯 화려하게 물들 것입니다.
나는 늘 그랬듯이 단풍빛에 취해 그렇게 며칠동안 한참을 나무 밑에서 서성일 것입니다.
그러다 색이 바래고 잎이 후두둑 떨어지면 가을은 시간 속으로 사라집니다.
단풍나무와 함께 나의 가을도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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