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위해 해마다 심던 배추도 올해는 심지 않았고, 11월 초순에 모종을 심어야 하는 양파도 한 해 거르기로 해서
지금은 밭일도 거의 없고 많이 여유로운 편이다.
한 이랑 남짓 심어둔 무우만 열심히 돌보고 있는데 간간히 흠뻑 내려준 가을비 덕분에 열심히 물 줄 일도 없고
무우 키우는 일조차 작년에 비해 많이 수월해진 편이다.
며칠전 마당에 떨어진 낙엽들 열심히 보고 있다가 문득 올 봄에 심어둔 작두콩 생각이 났다.
나도 참 무심하지. 봄에 심은 작두콩을 왜 이제서야...

초 봄에 뒷집 아저씨께서 작두콩을 심어보라고 몇알 주셨다. 콩을 보는 순간,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입이 쩍 벌어졌다.
간혹 시장의 반찬 가게에서 어마어마한 크기로 조리되어 있던 작두콩을 보고 콩이라 치기엔 너무 커서 왠지 거부감이 느껴졌다.
혹시 유전자변이 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고...
그래서 작두콩 씨앗을 아저씨께 받았지만 한구석에 방치된 채로 놓아두었다가 늦 봄, 거의 대부분의 씨앗과 모종들을
파종한 후에야 측백 나무 아래 빈 공간에 몇알 묻어두었다.
너댓개 정도 심은 것 같은데 싹도 어찌나 더디게 올라오던지 늦봄이라 날씨도 제법 따뜻했음에도 감감무소식이더니
그렇게 더디게 올라온 싹도 달랑 두개. 작두콩에 대한 내 선입견 탓일까 그 후로는 그다지 열심히 들여다 보지도 않았고
제대로 관리도 해주지 않아 거의 작두콩 저 혼자 스스로 자란셈이다.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올라온 두 개의 싹은 줄기를 뻗고 잎을 늘려가며 측백나무를 타고 잘 자라주었다.
작두콩은 처음이라 정확한 수확이 언제인지 잘 모르지만 벌써 첫 서리도 한차례 내린 뒤고 콩 종류는 이미 다 수확을 마친
상태라 지금쯤이면 꼬투리를 따도 좋을 것 같았다.
측백 나무 아래라 햇볕도 충분히 쬐지 못하고 주인의 손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건만 그래도 때가 되니 꽃이 피고
꽃은 다시 튼실한 꼬투리가 되고 이렇게 가을이 되니 꼬투리도 익어간다.
가녀린 줄기와는 다르게 아주 큼지막한 콩꼬투리가 매달려 있었다. 꼬투리가 아직 초록빛을 띄고 있었음에도 잎의 상태로
보아 거둬들여야 할 것 같아서 큼지막한 꼬투리를 땄는데 제대로 키우지 않았음에도 꼬투리가 여럿 매달려 있었다.

꼬투리는 어마어마했다. 몇개 따서 담았더니 금새 소쿠리가 꽉 찰 정도다.
이제껏 여러 종류의 콩을 심어 보았지만 이리 큰 꼬투리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크나해서 30cm 자를 놓고 비교해 보았더니
30cm 자가 오히려 작았다.
속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꼬투리를 열어보려 했더니 이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꼬투리도 어찌나 두껍고 딱딱한지
칼로 겨우 중간 부분을 가른 후에야 열어볼 수 있었다.
와아~ 사이좋게 나란히 들어있는 하얀콩, 희고 얇은 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콩 정말 크구나.^^ 남편도 아이도 모두 들여다보며 신기해 한다.

과연 작두콩은 일반콩에 비해 어느정도 큰 걸까?
내년에 뿌리려고 씨앗으로 남겨두었던 강낭콩을 꺼내 비교해 보았더니...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7월에 하얀꽃이 피었다.
큰 콩을 생각하면 꽃도 일반 콩꽃에 비해 몇십배 클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꽃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일반 콩꽃 보다 아주 조금 더 컸나? 꽃의 크기는 눈에 띌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꽃 뿐만 아니라 잎이나 줄기 모두 일반콩과 비교해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열매인 콩만 이리 클 뿐이다.
하얀꽃은 하얀 작두콩, 분홍꽃은 분홍 작두콩이 열린다.

드디어 작두콩 넣어 지은밥이 완성되었다.
큰 콩이라 익히고 나니 더 커진 것 같아 몇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콩 맛은 일반콩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구수하고 맛있었다. 콩을 좀 적게 넣었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일반콩보다 크기가
많이 커서 우리 네식구 한끼 먹을 양으로는 충분했다. 오히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넣어 밥을 지을 경우 밥보다 콩맛이
더 많이 나기에 살짝 아이들이 질려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두콩은 콩깍지 모양이 작두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그러고보니 작두랑 많이 비슷한 것 같기도하다.
고려시대에는 왕실의 약재로 쓰이던 귀한 몸이었는데 조선시대로 건너와 그 명성을 잃어버리고 서서히 자취도 감추었다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전해져 오늘날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작두콩에는 아미노산과 녹말,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있으며 일반콩에는 없는 비타민 C 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B1과
B2도 일반콩에 비해 서너배 이상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작두콩의 가장 큰 효능은 소염 작용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축농증에 특히 효력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내 귀가 번쩍?
우리 쌍둥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상당히 고생을 하고 있고 얼마전 까지만해도 병원문이 닳도록 들락거렸는데 비염에
좋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날씨가 건조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증상이 심해지기 시작하는 내 아토피,
아토피에도 좋다고 하니 오오... 정말 눈물나도록 반가운 말이다.
밭에서 나는 고기라 일컫는 콩, 그 만큼 몸에도 좋은데 그 콩중에서 크기도 으뜸이요 약효도 가장 큰 콩이 바로 작두콩이다.
콩꼬투리로는 효소도 만들고 차도 만들어 먹는다고 하니 버릴게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콩이 바로 이 작두콩인데 크기가 유별나게 크다는 이유로,
또 유전자변이종은 아닌가 여겼던 내 짧은 생각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번 기회로 작두콩의 효능을 충분히 알았으니 그 중 제일 굵고 잘 생긴 녀석은 내년을 위해 남겨두어야 겠다.
내년에는 햇볕 잘 들고 영양분 많은 좋은 땅에서 제대로 키워봐야지. 
얼마 전에 빙모장께서 울타리콩(?)이라고 갔다 주셔서 처음으로 밥에 넣어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더군요. 어릴 적엔 강낭콩, 완두콩을 넣어 먹었지 울타리 콩이나
작두콩은 생소하군요. 그런데 이 작두콩 크기가 어마어마하군요.
전 작두콩 10개 정도 먹으면 한 끼가 되겠는걸요. ㅎㅎ
작도콩 맛은 어떨지??? 궁굼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