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음과 열정의 계절 여름이 가고 아침, 저녁 불어오는 바람에서 제법 쌀쌀함이 느껴집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 그리고 작은 바람에도 낙엽되어 떨어지는 앙상한 나무를 보고있자니
어쩜 이 가을은 추억을 되새기기엔 더없이 좋은 계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유년의 추억은 할머니, 어머니가 구슬땀을 흘리시던 그 복숭아밭과
아버지와 언니들과 함께했던 카메라 속 풍경들에 많이 머물러있고
학창시절의 추억은 사춘기를 맞을 무렵 남녀공학을 다녔던 중학시절의 추억과
도시로 진학해 새로운 환경과 새 친구들을 만나면서 겪었던 고등학교때의 일들이 많이 기억납니다.
새롭고 낯선 환경, 먼 통학 거리로 인한 스트레스와 무엇보다도 외로움을 많이 탔는데
그 외로움을 달래주었던 건... 팝송과 말머리 상표의 죠다쉬 청바지, 나이키 신발,
그리고 늘 내 가방속에서 함께했던 멋진 스타들의 모습을 담은 코팅된 책받침들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책받침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새학기마다 새로받은 교과서의 책표지를 입히는 일이 내겐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사용하지않은 달력의 하얀 이면지를 주로 사용했는데 깨끗한 책 표지를 볼때마다 새로운 마음이 들어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러다 중3 무렵엔 고등학생이었던 언니의 흉내를 내어 잡지책에서 오려놓은 조용필씨의 큰 얼굴 사진으로
책 표지를 입혔는데 아마도 그 때부터 스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교 때엔 스타의 사진을 코팅해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땐 주로 국내 스타보단
외국 영화배우에 심취하다 그 후엔 본격적으로 팝 스타들에게 완전 매료되어버렸지요.


그 당시가 1980년대 무렵이었는데 당시 책받침 모델의 여왕이라 불린 스타들은
동 서양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피비 케이츠,
청순미의 대명사 소피 마르소,
80년대 전세계 제일의 미녀라 불리웠던 브룩쉴즈였습니다.
그 중 피비 케이츠의 사진을 주로 책받침으로 가지고 다녔고
그녀가 주연했던 영화 파라다이스의 ost도 참 좋아했어요.
청순 가련미의 올리비아 핫세도 그 당시엔 우상이었지요.
남자 배우로는 야성미 넘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
그리고 이유없는 반항아 제임스 딘의 책받침도 늘 내 책가방 속에 들어있었습니다.

학교 바로 앞에 대형 문구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곳에서 스타의 사진을 판매했었고 즉석에서 코팅까지 해주었으니
늘 그곳은 학생들로 북쩍였고 수업 마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새로들어온 사진은 없나 찾아보는것도 당시엔 유일한 낙이었죠.
요즘처럼 스타 화보집도 기가 막히게 멋드러지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가방 속에 그저 내 좋아하는 스타의 코팅된 사진 몇장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
세월이 흘러 어느새 내 아이가 그때의 나 만큼이나 자라있고
요즘 한창 아이돌 스타에 푹 빠져 화보집을 사고 음악 관련 잡지책을 보고있는 모습에서
지나간 내 학창 시절의 모습들을 언뜻언뜻 떠올려 보며 미소를 지어봅니다.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습니다.

학창 시절 열광했던 스타들중엔 고인이 된 분도 계시고
청순하고 앳띤 그 모습은 간곳없고 주름 투성이 얼굴로 변해버렸지만
이렇게 낙엽 지는 쓸쓸한 가을에 어느 누군가의 가슴에 행복한 추억 한자락으로
아름답게 남아있는 그들은 진정 행복한 스타가 아닐까요?
피비케이츠.. 소비마르소...등등..
맞아요...정말 예전엔 그랬죠..
코팅된 책받침 하나만으로도 참 행복했었죠....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시면서
가을을 만끽하구계시네요.. 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