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추억

조회 수 3125 추천 수 0 2009.12.16 10:20:17
[레벨:30]id: id: twinmom

calendar.gif


날씨가 부쩍 추워졌어요.
어느새 12월도 중순.
한 해를 마무리 할 이 즈음이면 새해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설계를 다짐하며 새 달력을 많이 찾는데
며칠전 병원에서 준 모양없는 새 달력을 남편이 하나 가지고 왔더군요.
책상 위에 놓아둘 작고 예쁜 달력이 필요해서 여기저기 인터넷을 기웃거려 봅니다.

어릴땐 달력이 하도 흔해서 채 걸지도 못한 채 둘둘 말아 장농위에 얹어둔 달력도 허다했는데 연말이면 남편이
두어개 가지고 오긴 하지만 그 옛날 늘 풍족한 달력 속에서 고르고 또 골라 걸어 놓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공짜 달력도 많이 귀한 편입니다. 나에겐 달력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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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들어서면서부터 아버지는 늘 여러개 둘둘 말린 달력 뭉치를 들고 오십니다.
거의 매일같이 들고 오시기에 연말이면 달력이 풍년입니다.
저녁이면 우리 식구들은 아버지가 가지고 오신 새 달력을 펼쳐보며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제일 예쁜 달력 고르려고 언니들과 이마를 맞대곤 했지요.
미리 마음에 드는 달력을 골라 놓았는데 그 다음에 가지고 오신 달력이 더 마음에 들어
언니들과 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방엔 언제나 늘 한결같은 달력이 걸렸습니다.
양조 회사에서 나온 달력인데 당시 유명한 여자 배우들을 모델로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모습이었지요.
유지인, 원미경, 금보라씨등이 주로 모델이었고
뒷 배경은 계절과 어울리는 고궁의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두달에 한번씩 넘기는 달력이라 좀 지루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버지 방엔 풍경화 달력이었어요.calendar_2.gif
눈 덮힌 알프스 산 아래 푸르른 초원 위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양떼,
풍차를 배경으로 색색이 눈이 부실만큼 고운 자태를 뽑내던 네델란드의 튜울립 정원,
아름드리 나무가 드리워진 푸르른 그 호숫가,
온통 흰 눈으로 뒤덮힌 은색의 그 평화로운 시골 마을...
대부분 이런 유럽풍의 목가적인 풍경이나 산수화 달력이었어요.
그리고 매일매일 한장씩 찢어 쓰던 일력도 늘 아버지 방에 걸어두셨죠.
날짜가 아주 큼지막하게 있던 그 일력은 토요일은 파랑색, 일요일은 빨강색 숫자로
인쇄되어 있었고 종이 제질은 아주 얇아서 아침마다 아버진 달력을 쓰윽 찢으셔서
그 길로 화장실로 가십니다.
종이가 얇고 부드러워서 화장지용으로 그만이었던 시절,
신문지를 사용했던 집도 많았던 때라 신문지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은 더
고급이었다고 할 수 있었겠지요?
아버지 이외엔 아무도 찢을 수도, 찢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1년을
거의 아버지만 사용하셨지만 아주 가끔씩 아버지가 찢지 않으셨던 날은
마치 횡제를 한 듯한 기분으로 나도 한 번 쓰윽 찢어본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일력도 보기가 드문데, 하기야 그 옛날처럼 종이가 귀한 시절도 아니고 한장씩 찢어야 하니 자원의 낭비도 되겠군요.

그리고 언니들이 사용했던 방엔 언니들이 고른 달력, 그럼 내 방엔? 내 방은 따로 없었어요.
아버지와 엄마랑 함께 사용했는데 내 자그마한 책상 위에 내가 직접 고른 달력을 못을 박아 걸어두곤 했지요.
크기가 작고 귀여운 아기자기한 그림이나 아이들을 모델로 한 달력, 멋진 풍경화가 그려진 수채화풍 달력들을 참 좋아했어요.
자그마한 달력들은 의례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래서 크기가 작은 달력이면 무조건 다 좋아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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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르고도 남은 달력이 어찌나 많은지 빛을 보지 못한 그 새 달력들은 새 학기 시작되면 새책 표지를 입히고,
동생 딱지를 만들고, 제사나 명절때 부침개 만들면 기름 받이용으로 소쿠리 아래 깔리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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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돈 주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업들이나 단체들이 홍보용으로 많이 만들어 배포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달력이 귀했던 시절엔 한 장에 열두 달이 다 들어 있고
자신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국회 의원 달력이 전부였는데
실제로 내가 달력의 풍년 속에 살았던 80년대엔
경제 성장이 이뤄지며 달력도 다양해지고 호화로워져
회사는 물론 개인사업자들도 다투어 선전용으로
달력을 찍어 나눠 주는 바람에 달력의 풍년 시대였다고 합니다.
인기 탈렌트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고궁을 배경으로 찍은 달력,
그리고 맥주 회사에서 나오는 비키니 차림의 미녀 배우들의 달력은
어르신들은 질색을 하셨지만 젊은층에선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달력은 지금도 인기가 있지요?


세월따라 달력도 많이 변했습니다.
요즘은 맞춤형 달력도 나오고 가족들 얼굴이나 아이들 모습을 담아 자신이 직접 달력을 만들기도 합니다.

나 역시나 몇해전엔 직접 달력도 한 번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logo1.gif이렇게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늘 새 달력을 보면서 새 해엔 더 좋은 일, 더 나은 일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습니다.
새해엔 모두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라며...


[레벨:4]id: id: 쉬즈네

2009.12.16 20:03:25

그시절엔 다양한 달력이 많았던거 같아요
지금도 달력이 있지만 그시절 제가 이십대 중반 이었나?
길을 지나면 달력가게가 있을정도 였죠
지나간추억을 간직한 달력이네요

[레벨:30]id: id: twinmom

2009.12.17 12:19:39

연말이 다가오고 이맘때 쯤이면 예전, 달력의 풍년 속에서
마음껏 달력 고르던 그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요즘 고향집엔 주로 날짜만 큼지막하게 나온 달력을 걸어두시더군요.
아무래도 연세 높으신 분들이니 눈이 좋지 않으셔서
날짜가 크게 나온 달력이 제일 좋으시다고 하시더군요.

[레벨:4]id: id: 이브라힘

2011.12.29 20:38:53

ㅎㅎㅎ

나는 저 달력을 밑에 부분만 조금 찢어서

그러니까 날짜 부위까지는 놓아두고

밑에 광고, 전화 번호 등 부위까지만 찢어서

달력 보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게하고

그 조금 찟은걸로 엽전 등을 싸서

제기를 만들어서 그걸로 제기차기를 하었답니다.ㅋㅋㅋ

그걸로 제기를 만들면 보통 좋은게 아니었거든요...^^

[레벨:30]id: id: twinmom

2011.12.30 13:23:04

달력이 제기의 좋은 재료도 되었군요.

당시엔 여러모로 활용도 높은 달력이었습니다.^^

[레벨:4]id: id: 이브라힘

2011.12.30 18:44:39

그 뜯는 달력은 이래뵈도

값이 상당히 비쌌던걸로 기억을 합니다.

제기는 요즘은 거의 비닐로 만듭니다만

예전에 혹시 가계에서 팔던 제기 가운데는

연한 종이 같은 걸로 만들어서

판매하던 것을 기억을 하시는지요?

사실 그 제기가 정말 잘 차졌었답니다.

그러니까 저 달력과 재질이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실은 처음엔 저 달력을 몽땅 뜯어서 만들었다가

몇 번 혼났었답니다. ㅎㅎ

그러다가 어떻게 하면 제기도 만들고 혼도 안나고

할 수 있겠는가 머리굴리다가 생각해 낸 것이

밑에 부분만 뜯는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저것으로 연을 만들면 아주 좋았었답니다.

저 달력 종이가 연하면서도

사실 잘 찢어지 않고 가벼워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훨훨 잘도 날았답니다.

트윈맘님 덕분에 옛날 추억 많이 떠오릅니다. ^^

여자분에게 이런거 여쭤보아도 될는지 모르지만

혹시 활을 만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당시 보통 아이들이 만들어 쏘던 장난감 화살은

비닐 우산 등에 있는 대나무를 떼어서 만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사실 얼마 나가지를 못합니다.

어린 나이에 옛날 사극 같은 것을

텔레비젼을 통해 보니까 거기에 활을 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 것을 보니까

활을 당길 적에 힘이 많이 들어갈 정도로

견고해야 한다는 것과 화살은 가볍고 앞이 무거워야

잘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화살촉으로 생각을 해낸 것이

산이나 들판에 많이 있는 갈대였답니다.

여기에 활만 잘 만들고 갈대를 꺾어서

앞의 부위에 작은 못을 하나 박아서 쏘면

가벼우면서도 앞이 무거워서 잘도 날아갔는데

얼마나 나갔을 것 같나요?? ㅎㅎ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무려 삼백미터가

넘게 나가는 것도 있었답니다.

그러니까 촉 앞에 못을 박을 때

뾰족한 부분이 앞으로 가게 하면

정말 위험했습니다.

반드시 뾰족 부위는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

그냥 쏘는 겁니다.

가끔은 반대로 박아서 사람을 향해서는 절댈 쏘지 않고

새나 토끼를 사냥을 해본 적도 있었는데

토끼는 몰라도 새는 몇 마리 잡았었답니다. ㅎㅎㅎ

올 해도 오늘 빼고는 내일 하루만 남았네요.

오늘은 잠시 시간이 좀 있어서

홈에 몇 번을 들어와 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아울러 어린 시절의 일들을 생각해 볼 수가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때가 정말 그립군요.

내일은 많이 바쁠 것 같습니다.

새해에 뵙기로 하지요

그럼 트윈만님을 비롯해서

여기에 들어오시는 분 모두가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레벨:30]id: id: twinmom

2011.12.31 17:59:55

뜯는 달력 용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많네요?

흔히 화장실용으로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말씀 듣고 보니 제기도 만들고 연을 만들어 띄우면

가벼워서 상당히 잘 날 수 있었군요.^^

저도 직접 만져 보았는데 무척 얇았지만 잘 찢어지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예전에는 비닐 우산도 흔해서 찢어진 비닐 우산은 비닐 부분만 벗겨내고 나면

대나무 살은 버리기 아까우니 칼로 잘게 쪼개고 다듬어서 엄마가 명절이나 제사때

산적 꼬지를 만드시던 기억이 납니다.

갈대는 화살의 훌륭한 재료가 되었군요.

앞에 못을 박는 아이디어는 정말 기발합니다.^^

우와 그렇게 만든 화살이 300m씩이나 나간다구요? 대단하군요.

새까지 잡으셨어요?

 

이렇게 우리 어릴적에는 별다른 장난감이 없다보니 생활 주변이나 자연에서 소재를 얻어

만들어 놀곤 했지요. 하지만 얼마나 즐거웠고 행복했습니까?

저도 어릴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참 많이 놀았는데

그 때가 눈물나도록 그리운 때가 많습니다.

 

올해도 이제 6시간 정도 남았군요.

밝아올 새해에는 모두모두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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