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휴일, 바람도 고요하고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기에 그동안 한 번 가 보았음 싶었던
옥산 서원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낙엽은 바람에 흩날리고 조금씩 앙상해져 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어느새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어요.
양동 민속 마을에서 20여 분 정도의 거리에 또 하나의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 있습니다.
바로 옥산 서원인데요,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서원으로서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회재 이언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입니다.
옥산 서원 들어가는 길 왼편에는 계곡이 흐르고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저마다 낙엽진 모습에서
늦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졌습니다.
서원으로 들어가는 정문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굳게 잠겨져 있었고 옆문을 이용해 서원을 관리하고 있음직한 집을 거쳐
작은 쪽문으로 들어서니 그제서야 서원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위 사진 오른편의 작은 쪽문을 통해 보이는 붉은색 건물이 바로 정문으로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무변루라는 누각 형태의 문루입니다.
▲ 옥산 서원의 강당인 구인당
▲ 옥산 서원의 무변루
▲ 기숙사인 암수재와 민구재 그리고 현판
서원은 ㅁ자 형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2층으로 된 무변루라는 문루와 강당인 구인당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무변루와 구인당 양옆으로는 학생들의 기숙사였던 건물이 두 채 있습니다.
서편에 위치한 암수재와 동편에 있는 민구재 이렇게 두 채의 기숙사가 또 서로 마주보고 있어 전체적으로 ㅁ자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누각 형태로 지어진 무변루에는 통나무를 깎아 만든 계단이 있었는데 인고의 세월에 갈라지고 부서진 흔적이 역력합니다.
계단을 이렇게 통나무로 깎아 만든 것이 독특해 보였어요.
서원의 현판 "옥산서원"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쓰셨고 안에 걸려있는 "구인당" 이란 현판은 한석봉 선생의 글이어서
두 대가의 글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 회재 이언적의 신도비와 계곡과 이어진 쪽문
강당인 구인당 뒷편에는 회재 이언적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사당과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신도비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기숙사 뒷편으로는 작은 쪽문이 두개 나 있었는데 바로 옥산 서원 앞을 흐르고 있는 계곡과 이어집니다.
공부 하면서 머리 식힐겸 저 작은 문을 지나 계곡의 흐르는 물 소리 들으며 심신도 수양했을 그 옛날의 학생들을 떠올려 봅니다.
수령이 몇백년은 되었음직한 은행 고목이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 계곡의 만추
옥산 서원 앞을 흐르는 계곡 풍경이 기가막힙니다.
인위적인 힘이 전혀 깃들지 않은 순수 자연이 만든 기이한 바위들이 물과 서로 어우러져 빚어낸 절경,
그리고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이 그림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계곡물은 많이 말라있고 계곡은 온통 떨어진 낙엽으로 늦가을 풍경을 자아냅니다.
서원 바로 앞에 저리 멋진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 사계절 내내 흐르는 물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계곡에는 용추 폭포라는 아주 작은 미니 폭포가 하나 흐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곳이 여름이면 물놀이 하는 사람들로 북쩍이지만 당시엔 이언적이 폭포옆 바위에 "세심대" 라는 글귀를 세겨
학문에 정진했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세월들을 다 품고있는 저 계곡에 지금은 낙엽들만이 한가로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 독락당의 솟을 대문
▲ 경청재
계곡을 지나면 풍채도 당당한 솟을 대문이 눈길을 끕니다.
옥산 서원에서 500여 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대문이 저리 크고 멋지니 분명 집 안도 아주
근사할거라 생각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더니 대문과는 대조적으로 땅에 바짝 엎드린 듯한 키 작고 소박한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후손들이 세웠다는 경청재라는 집입니다.
경청재 뒷편과 우측 이언적이 머물렀다는 사랑채 독락당은 현재 내부 수리중이라 둘러볼 수 없었습니다.
▲ 독락당의 정자
▲ 정자 주변의 경관
독락당... 나 홀로 즐기는 집이라..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사랑채인데 옥산정사라고도 부릅니다.
내부 수리중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대문을 나와 뒷편 계곡으로 향하니 그 계곡 높은 바위위에 그림같은 정자가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바로 독락당에 딸린 정자인데요 높은 위치에 그것도 바위 위에 정자를 세운 것도 독특했고 또 하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담벼락에 좁은 나무로 살을 대어 만든 창을 달아 그 살창을 통해 뒷편 흐르는 계곡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정자와 함께 이 살창은 자연과 융화 되고자 했던 의도가 잘 나타나 현대 건축가들도 감탄할 정도의
특별한 공간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락당을 나와 조금 더 오르면 정혜사지 십삼층 석탑이 있습니다.
국보 40호로 지정된 통일 신라 시대의 13층 석탑인데요 당대에서는 보기 드문 13층으로 이루어진 탑이며 2층 이상 부터
일반적인 체감의 비례를 무시하고 줄어든 점과 통식에서 벗어난 특수 형태로 축조된 탑이라고 합니다.
조선 후기까지 영남 사림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였던 이 곳 옥산 서원.
흥선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훼철되지 않았던 곳이고 일제 말기에 화재로 옛건물이 소실되는
안타까운 역사도 겪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이 곳은 더 모진 수난을 겪고 있는 듯 보였어요.
길이길이 후손에 물려줄 소중한 문화 유산임에도 일부 생각없는 사람들로 인해 옥산 서원의 벽 곳곳은 낙서들로
심하게 훼손되고 벽의 일부도 떨어져 나가 보는 이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어요.
자연을 벗삼아 자연과 융화하며 학문에 매진했던 선조들의 발자취도 더듬어 보고,
고목 무성한 계곡을 따라 거닐며 늦가을 정취도 듬뿍 느낄 수 있었지만 아이들이 함께 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쉬웠어요. 학교와 학원을 쉴새없이 오가느라 어깨가 축 쳐진 요즘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심신도 수양하고 학문에도 매진했던
우리 선조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옥산서원~ 저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인데..
예쁜 사진들과 트윈맘님의 다정스런 설명을 읽다보니..
그 곳을 다녀온듯한 느낌이 들어요~^^
옥산서원의 모습도 참 멋지지만.. 그 옆의 계곡은 정말 감탄을 안할 수가 없네요~^^
그 모습을 또 이렇게 멋스럽게 담아내신 트윈맘님두 대단하시구요~^^
덕분에 좋은 구경했어요~ 감사해요..^^